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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들낙서/음악

[주관적인 화성학] 6. 조성

by 두들낙서 2019. 3. 19.

주의: 이 시리즈는 독자적으로 화성학을 연구하며 알게 된 것들을 바탕으로, 실제 화성학 이론을 주관적으로 해석한 내용입니다. 정식 화성학 이론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코드의 필수적인 구성요소는 근음(빵), 5음(치즈) 그리고 3음(소스)이라 했다.

말이 나온 김에, 친구가 반례로 소스가 없는 피자를 찾았는데, 고르곤졸라 피자는 빵과 치즈만 있고 소스가 없다. 꿀이 소스고 소스를 찍어먹는 거라고 반박하면 할말이 없긴 한데, 그냥 예외로 보고, 앞으로도 3음은 계속 소스에 비유하기로 하자.

이번 편에서는 조성의 본질에 대해 설명해 보려고 한다. 과정은 복잡할 수 있는데, 결론이 굉장히 중요하다.

 

7음계에서 '도' 찾기

7음계의 '도레미파솔라시'의 인접한 두 음 사이의 간격은 온-온-반-온-온-온-반 이라고 했었다. 그러면 만약 두 건반 사이의 음 간격(반음인지 온음인지)에 대한 정보만 주어진다면 어떤 건반의 계이름을 알 수 있을까? 이 문제는 피아노에서 '도'를 찾는 문제와 같다. (道가 아니다.) 검은 건반이 사이에 있다는 건 온음이라는 뜻이고, 그렇지 않다는 건 반음이라는 거기 때문이다.

피아노를 1주일만 배웠어도 검은 건반이 두 개 모여있는 바로 왼쪽(왼쪽에서 5번째 흰건반)이 '도'라는 건 바로 알 수 있을 거다.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피아노가 아니라, '도레미파솔라시'가 어떠한 배열로 주어지더라도 그걸 귀로 들었을 때 그 중에서 '도'를 항상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성음악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모두 그런 잠재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내가 신기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엄청 슬픈 음악을 듣고 즐거워한다면 사이코패스다.)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도'를 느낀다는 증거다.

우리가 무의식 중에서 '도'를 찾을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도레미파솔라시'를 각각 '도', '레', ... 로 시작하게끔 배열의 순서를 바꾸면, 온음과 반음의 자리들도 그에 맞게 뒤바뀐다. 이때, 온음 2개(빨간색)가 반음(초록색)으로 둘러싸인 구조에서 왼쪽 반-온 사이는 항상 '도'라는 걸 알 수 있다. 우리는 무의식 중에 이 '도'가 들어갈 자리를 찾고, 나머지 음들을 이 '도'에 상대적인 음들로 생각하게 된다.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위의 피아노 예시와의 공통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도'가 중요한 이유

앞에서 살펴봤듯이, 한 7음계(온-온-반-온-온-온-반)에서의 '도'의 위치는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도'만 유일한 것이 아니라, 모든 계이름이 유일하게 결정된다. 즉 아무렇게나 배열된 7음계에서 한 음을 골랐을 때, 그 음의 계이름은 반드시 하나로 결정된다. 예를 들면 아래 그림에서 노란색 음의 계이름은 '라'이고, 다른 계이름은 가능하지 않다.

조성음악의 묘미가 바로 이거다. 조성이 없다면, '레', '미', '파', '솔' 등의 음들은 모두 그저 높이만 다른 음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도'를 찾게 되는 순간부터는, 모든 음들에 어떤 고유한 특성이 생긴다. 즉 '레'와 '미'는 높이만 다른 게 아니라, 서로 특성이 다른 음으로 들리기 시작한다. 이런 특성에 대해서는 앞으로 조금씩 설명을 하겠다. 이러한 점은 생각해보면 조성이 없는 음악으로부터의 엄청난 발전이다.

'도'가 중요한 이유는 '도'가 7음계에서 가장 안정한 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가장 안정한 음을 '으뜸음'이라 부른다. 그럼 우리는 이 으뜸음으로부터 시작하는 온-온-반-온-온-온-반 형태의 7음계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7음계를 특별히 장음계(major scale)라고 부른다. 이 장음계는 바로크 시대부터 현재까지 (20세기에는 그렇지 않은 음악이 많긴 했지만) 음악을 만들 때의 지배적인 주춧돌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12개의 장조

한 음악에서 주로 사용하는 음계(scale)가 있다면 그것을 조(key)라고 부른다. 장음계가 만드는 조를 장조라고 부른다. 12음계에서는 으뜸음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12개의 장조가 생긴다.

으뜸음의 절대적인 음이름에 따라 장조의 이름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으뜸음이 Eb이면 Eb 장조가 된다.

다음은 12개의 으뜸음별로 장조를 모두 나타낸 것이다. 그냥 으뜸음부터 시작해서 온-온-반-온-온-온-반 규칙을 유지하면서 올라가면 된다. 각 조별로 으뜸을이 알파벳으로 표시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12개의 장조 중 어떠한 두 장조도 구성하는 음이 완벽히 일치하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도 한 장조의 으뜸음이 유일하게 결정되기 때문이다.

드디어 조성에 대한 이야기까지 마쳤다. 조성을 알면, 드디어 코드의 기능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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