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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들낙서/음악

[주관적인 화성학] 3. 음정

by 두들낙서 2019. 3. 15.

주의: 이 시리즈는 독자적으로 화성학을 연구하며 알게 된 것들을 바탕으로, 실제 화성학 이론을 주관적으로 해석한 내용입니다. 정식 화성학 이론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음정이란 음의 간격을 말한다. "음정이 같다"는 얘기는, "음정을 구성하는 두 음 사이의 반음 개수가 같다"는 것이고, 동시에 "두 음 사이의 진동수 비가 같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도-솔 사이에는 7개의 반음이 있고, 미-시 사이에도 7개의 반음이 있으므로 이 둘 사이의 음정은 같다. 그리고 진동수 비는 도:솔 = 미:시 = 2:3이다.

어떤 곡을 분석할 때 절대적인 음정(진동수가 몇인지, 또는 어느 피아노 건반인지)보다 중요한 것은, 으뜸음을 기준으로 이 음이 몇 반음 떨어져있냐(으뜸음과의 음정이 무엇이냐)가 훨씬 중요하다. 또, 코드의 종류를 논할 때도 코드를 구성하는 각 음들이 근음을 기준으로 몇 반음씩 떨어져있는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코드를 논하기 전에 음정과 많이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7음계에서 나온 음정의 명명법

음정에 대한 이야기는 다시 7음계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만큼 서양음악에서 7음계가 중요하기도 하다.) 아래 그림은 피아노처럼 보이게 하려고 검은 건반도 그렸는데, 지금은 7음계니까 흰 건반만 있다고 생각하자. 그럼 음정의 명명법은 어렵지 않다. 우선 3도 화음까지만 이야기하겠다.

서로 높낮이가 같은 두 음 사이의 음정은 1도 화음이다. (예: 도-도)

서로 한 칸씩 떨어져있는 두 음 사이의 음정은 2도 화음이다. (예: 도-레, 미-파)

서로 두 칸씩 떨어져있는 두 음 사이의 음정은 3도 화음이다. (예: 도-미, 라-도)

명명법이 굉장히 헷갈릴 수 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음정의 개념이 정립되던 시절에는 0을 일상적으로 쓰지 않았기 때문에, 0칸 떨어져 있는 두 음 사이의 음정을 0도 화음이 아니라 1도 화음으로 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n칸씩 떨어져 있는 두 음 사이의 음정은 n+1도 화음이 되어버리는 사태에 이른다. 헷갈린다면 그냥 낮은 음을 1로 놓고 높은 음에 도착할 때까지 1씩 세면 좀 더 편하다.

예를 들어 레-시 사이의 음정은 [레1/미2/파3/솔4/라5/시6] 이므로 6도 화음이다.

이런 구식 사고방식에 익숙해지면 오히려 n칸 떨어져 있는 걸 n도 화음이라 부르는 게 어색해진다. 아무튼 n칸 떨어져 있을 때 n+1도 화음이라는 규칙은 흰 건반(7음계)에서 일반적으로 통한다. (다만 나중에 소개할 한가지 예외가 있다.)

대신 오해하지 말 것은, 이 절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음정의 이름이 왜 그렇게 붙었는지"이지, "이 음정이 몇도 화음인지 알 수 있는 법"을 알려준 건 아니라는 거다. 이 방법은 검은 건반이 도입되면 무용지물일 뿐만 아니라, 방금 얘기했던 예외도 있다.

 

음정의 장단과 12음계로의 확장

이젠 좀더 엄밀하게 도수별로 음정 사이에 반음이 몇 개 있는지 세어보자. 하나씩 해보는 수밖에 없다.

1도 화음: 0반음(도-도, 레-레, 미-미, ...)
2도 화음: 1반음(미-파, 시-도) 또는 2반음(도-레, 레-미, 파-솔, 솔-라, 라-시)
3도 화음: 3반음(레-파, 미-솔, 라-도, 시-레) 또는 4반음(도-미, 파-라, 솔-시)
4도 화음: 5반음(도-파, 레-솔, 미-라, 솔-도, 라-레, 시-미) 또는 6반음(파-시)
5도 화음: 6반음(시-파) 또는 7반음(도-솔, 레-라, 미-시, 파-도, 솔-레, 라-미)
6도 화음: 8반음(미-도, 라-파, 시-솔) 또는 9반음(도-라, 레-시, 파-레, 솔-미)
7도 화음: 10반음(레-도, 미-레, 솔-파, 라-솔, 시-라) 또는 11반음(도-시, 파-미)
8도 화음: 12반음
(8도 이상의 화음을 지금 따지는 건 별로 안 중요하다.)

중요한 건 도수가 같은 음정끼리도, 그 사이의 반음 개수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은 도수가 같아도 다른 음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도수가 같은 음정끼리도 장과 단으로 나눌 수 있다.

단이 무조건 장보다 반음 개수가 적다. 예를 들어 3도 화음에서 라-도는 3반음이므로 단3도, 도-미는 4반음이므로 장3도가 된다. 이렇게 하면 반음 개수별로 정확한 음정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된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도, 8도는 각각 항상 0반음, 12반음이므로 장단이 없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4도, 5도 화음도 사실은 장단이 없다. 그 이유는 반음 개수가 6인 화음 때문이다. 파-시는 4도 화음이고, 시-파는 5도 화음이지만 둘다 세어보면 6반음 차이가 난다. 파와 시를 결합할 때만 이 현상이 일어난다. 약간 애매하다. 그래서 중세에는 신이 만든 완벽한 음악의 진리를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종교음악에서 이 화음의 사용이 금기시되었다. (실제로 이 화음을 맥락 없이 들으면 굉장한 불협화음이긴 하다.)

그 이후로는 반음 개수가 6인 화음은 예외적으로 4도도 아니고, 5도도 아니고, tritone(줄여서 TT)이라는 특별한 이름을 갖게 되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으면 증4도, 감5도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저 위의 표는 기억하는 게 좋다. 저 법칙은 예외가 없고, 7음계뿐 아니라 12음계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b-솔은 4반음 차이이므로 장3도다.

 

화성학을 쉽게 공부하려면 어떤 음에서 몇 도만큼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무슨 음이 되는지가 머릿속에서 0.1초만에 나와야 한다. 악기를 오래 배웠어도 이걸 못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하지만 코드는 음정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나는 화성학에선 이런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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