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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들낙서/음악

[주관적인 화성학] 2. 7음계와 12음계의 탄생과 평균율

by 두들낙서 2019. 3. 13.

주의: 이 시리즈는 독자적으로 화성학을 연구하며 알게 된 것들을 바탕으로, 실제 화성학 이론을 주관적으로 해석한 내용입니다. 정식 화성학 이론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7음계의 탄생

7음계란 도레미파솔라시를 말한다. 이 음들 간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보자. 사실 저번 글에 썼던 말에 힌트가 있다. 파:라:도 = 도:미:솔 = 솔:시:레 = 4:5:6 이라는 관계가 있다.

이걸 연비(連比)를 사용해 실제 옥타브를 고려한 비율을 살펴보면,

도:레 = 8:9 (도:솔=2:3, 솔:레=4:3이므로)

도:미 = 4:5

도:파 = 3:4

도:솔 = 2:3

도:라 = 3:5 (도:파=3:4, 파:라=4:5이므로)

도:시 = 8:15 (도:솔=2:3, 솔:시=4:5이므로)

도:도 = 1:2 (한 옥타브)

가 된다. (음악 이론도 결국은 수학이다.)

 

이제 도의 진동수를 1로 놓고 도에 대한 나머지 음들의 상대적인 진동수를 적어보자. (위의 비율을 1대 얼마 형태로 나타냈을 뿐이다.)


참고로 이 비율을 통해 나온 7음계는 소리가 다음과 같다.


이번엔 인접한 음 사이의 비율을 구해보겠다.

1.125와 1.111이라는 비율이 유난히 많이 보인다. 이 두 비율은 귀로 들었을 때 서로 구별이 어려우니까 그냥 같은 비율이라고 치자. 이런 비율을 가진 음의 간격을 "온음"이라고 하자.

또 미:파와 시:도는 1.0667 정도의 값을 가진다. 이 비율을 두번 반복하면 (1.0667의 제곱) 대략 1.1378인데, 이 값이 온음의 비율과 비슷하다. 그래서 이 비율을 가진 간격을 "반음"이라 부르자.

(두 번 반복하여 온음과 비슷하다는 얘기는, A와 B 사이가 반음이고 B와 C 사이가 반음일 때, 즉 A:B = B:C = 1:1.0667일 때, A:C = 1:1.1378이고, 이게 대략 온음이라는 얘기다.)

 

정리하자면 다음 3가지다.

1. 7음계에서 인접한 두 음의 진동수 비는 대강 1.1 얼마와 1.06 얼마의 두 가지의 비율이 나온다.

2. 그중 1.1 얼마인 비율은 그냥 다 퉁쳐서 "온음"이라 한다.

3. 1.0667이라는 비율은 두 번 반복하면 온음과 비슷하므로, "반음"이라 부른다.

 

결국 한 옥타브를 7음계의 음으로 나누었을 때, 그 간격이 온-온-반-온-온-온-반 으로 구성된다.

 

12음계와 평균율

7음계를 연구하던 어떤 음악가가 "7음계에 있는 온음들을 반음 두개로 쪼개보면 어떨까?"라는 의문을 던진다. 그래서 이 음악가는 도-레, 레-미, 파-솔, 솔-라, 라-시 사이에 음을 하나씩 더 끼워넣기로 한다. 이렇게 해서 5개의 #과 b, 즉 검은 건반이 생겨나게 된다. 원래 있던 7개의 음과 새로운 5개의 음을 합쳐서 12음계가 된다.

이제 12음계에서는 모든 인접한 음의 간격이 반음이 되었다. 문제는 새로 만든 검은 건반들의 상대적인 진동수를 어떻게 책정해야 하냐이다. 이 문제에 대한 깔끔한 해답은 없다가 18세기쯤 무리수가 일상생활에서 쓰이기 시작하면서, 괜찮은 타협점을 찾게 된다. 모든 반음의 진동수 비가 완벽히 같도록 맞춰버린 것이다.

좀더 수학적으로는 반음을 이루는 두 음의 진동수 비를 1:x라고 하면, 반음 12개가 한 옥타브이므로, 방정식 를 풀면 된다. (한 옥타브가 1:2이라는 법칙은 절대 깨지지 않는다.) x는 무리수로, 1.0595 정도가 나온다. 12개의 반음이 모두 정확히 이만큼의 비율을 갖도록 12음계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모든 반음의 진동수 비를 일정하게 맞춘 것을 "평균율"이라고 한다.

 

평균율을 쓰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런데 이러면 1편에서 이야기했던 제일 중요한 '조화로운 화음'의 관계가 뒤틀리기 시작한다. 한 옥타브는 1:2로 문제가 없지만, 예를 들어 도-솔 같은 경우 원래의 2:3 비율이 아닌 (반음이 7개이므로)라는 괴상한 비율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 두 비율은 실제로 0.1%라는 놀라울 정도로 적은 오차를 보인다. 물론 다른 화음(특히 도-라)의 경우 오차값이 이보다는 크지만 그래도 일반인은 귀로 분간하기 힘든 수준이다. 자세한 오차값은 [이 위키백과 글]에 잘 정리돼 있다.

 

즉 12음계 평균율에서는 완벽한 화음, 즉 완벽한 정수비를 맞추는 것을 포기하고, 약간의 오차가 있어도 모든 반음 간격을 정확히 같은 비율로 맞추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서양음악에서는 12음계가 주류로 자리잡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대부분의 서양 악기와 음악들이 이 음계를 따른다.

평균율을 쓰면서 완벽한 조화는 깨졌지만, 평균율을 씀으로써 얻는 편리함이 훨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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