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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들낙서/수학

음수 진법이 가능할까?

by 두들낙서 2019. 9. 1.

10진법으로 1234라고 적으면 $$1234=1\times10^3 + 2\times10^2 + 3\times10^1 + 4\times10^0$$ 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8진법으로 1234라고 적으면 $$1234_{(8)}=1\times8^3 + 2\times8^2 + 3\times8^1 + 4\times8^0$$ 을 의미하게 된다. 참고로 계산해보면 10진법으로 668이 나온다.

10진법은 자릿수로서 0~9의 숫자를 사용하고, 8진법은 0~7까지의 숫자를 사용한다. 또 10진법에서 한 자리가 올라갈 때마다 자리의 크기(계수)가 10배씩 증가하고, (1의 자리, 10의 자리, 100의 자리, ...) 8진법은 8배씩 증가한다. (1의 자리, 8의 자리, 64의 자리, ...)

즉 n진법은 0부터 n-1까지 총 n개의 문자를 사용하여 수를 표현하고, 한 자리가 올라갈 때마다 그 자릿수의 크기가 n배가 되는 표기법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수법을 사용하면 모든 자연수를 빠짐 없이, 중복 없이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의는 n이 1보다 큰 자연수일 때만 쓸 수 있다.

1진법은 위의 정의와는 좀 다르게 정의된다. 위의 정의를 그대로 따르면 1진법의 모든 자릿수는 0이어야 하는데, 그래봤자 표현할 수 있는 수는 0밖에 없기 때문이다. 위의 정의대로라면 1진법으로 \(0_{(1)}\)도 \(0\times1^0=0\)이고, \(0000_{(1)}\)도 \(0\times1^3+0\times1^2+0\times1^1+0\times1^0=0\)이다. (그래서 1진법은 다른 진법과는 다르게 기호의 개수로 숫자를 나타낸다. 로마 숫자 I, II, III나 한자 一, 二, 三과 같은 원리다. 단항기수법이라고도 한다.)

0진법은 뭘 어떻게 해도 그럴싸하게 만들 수가 없다. 혹시 상식적으로 납득 가능한 0진법 체계를 생각해낸 분이 계시다면, 알려주시기 바란다.

 

어느 날 음수 진법은 없을까 궁금해졌다. 마이너스 n진법을 정의하자면, 0부터 n-1까지의 자릿수를 사용하는 것은 똑같지만, 계수가 늘어나는 비율이 n이 아니라 -n인 것이다. 예를 들어 -10진법은 0~9까지의 숫자를 사용하지만, 자리가 1, -10, 100, -1000과 같이 늘어나는 방식이다.

-10진법에서 1~9까지는 10진법과 동일하다.

10은 \(1\times(-10)^2 + 9\times(-10)^1\)과 같으므로 -10진법으로 표기하면 \(190_{(-10)}\)이다. 11은-10진법으로 \(191_{(-10)}\)이다. 이런 식으로 19까지의 숫자도 표현이 가능하다.

20은 \(180_{(-10)}\)이다. 규칙에 따라 99까지도 -10진법으로 표현할 수 있다.

100~109는 또다시 10진법과 표기가 같다. 110은 \(290_{(-10)}\)이다. 120은 \(180_{(-10)}\), 210은 \(390_{(-10)}\), ... 따라서 또다시 규칙을 따라 909(=\(909_{(-10)}\))까지는 갈수 있다.

910은 1000에서 90을 빼야 하지만 -1000의 자리로 1000을 표현할 수는 없다. 하지만 10000의 자리에서 빌려올 수는 있다. 즉 10000-9000-90이므로 \(19090_{(-10)}\)이다. 920은 \(19080_{(-10)}\), ... 이렇게 999까지도 표기할 수 있다. 여기까지 했으면 아마 모든 자연수를 빠짐없이 표기할 수 있다는 건 추측할 수 있다. 엄밀한 증명은 직접 해보지는 않았지만, 99까지 된다는 것만 확인해주면 수학적 귀납법으로 금방 할 수 있을 것 같다. (중복 없이 표기할 수 있다는 것도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증명은 해보지 않았다.)

 

-10진법의 재미있는 점은 음수 부호(-)를 쓰지 않고도 음의 정수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1은 \(19_{(-10)}\)와 같이 표현할 수 있다. -10은 그냥 \(10_{(-10)}\)이고, 얘도 마찬가지로 -90까지는 순조롭게 표현할 수 있다. -100이 \(1900_{(-10)}\)이므로 -91은 \(1909_{(-10)}\)와 같이 나타낼 수 있다. 음수 역시 마찬가지 방법으로 -99까지 나타낼 수 있으므로 모든 음의 정수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모든 정수를 -10진법 표기로 빠짐없이, 중복 없이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면, (즉 -10진법 표기와 그에 해당하는 정수가 일대일대응이라면) 정수의 개수와 자연수의 개수가 같다(\(\aleph_0\))는 것도 증명할 수 있다.

 

음수 진법 체계의 단점이라면 우선 숫자를 순서대로 세는 것이 어렵다. 9의 다음 숫자가 190이고, 909의 다음 숫자가 19090이라면 누구라도 이 체계 내에서 수를 세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사칙연산은 쉬울까? 받아올림이 없는 덧셈은 어렵지 않다. 받아올림이 있으면? 뺄셈은 어떨까? 부호를 뒤집는 데에도 규칙이 있을까? 아직 고민해보지 않은 문제들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수 체계라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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